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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경험담] 재래시장에 왔던 구미호

나는 어릴 때부터 영안이 트여서 
재래시장에 살 때, 그 동네 무속인 할머니도, 접골원 할아버지도 
얘 잘 키우라고, 얘 주변에 애 홀려가려고 하는 게 많다고 엄마아빠한테 직접 여러번 말했어 

실제로 어릴 때 나는 재래시장에서 그 사람 많은 골목에서 살았는데 
저녁 장 보기 전이나 저녁 장을 다 본 후에 
자꾸 손님왔다고 옆가게 아줌마한테 말해주고 그랬다고 했어 
정작, 손님은 없었지.. 

하루는 건어물을 파는 가게 할머니네에 
밤10시가 넘었는데 긴 생머리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손님이 온 거야 
그런데 가게 들어가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밖에서만 왔다갔다 하길래 
내가 다가가서 (그땐 재래시장이 잘 되어서 밤11시에 문닫고 막 그럴 때였어 ㅋㅋㅋ 90년대 초반에 ㅋㅋ) 
아줌마 뭐 사러 왔어요? 할머니 불러드려요? 
라니까 아줌마가 깜짝 놀라더라고 
그런데 자긴 들어갈 수 없으니 북어포 한마리만 사다달라는 거야 
내게 돈 만원을 주고 대신 사달래 
그래서 이상하지만 워낙에 시장에서 잔심부름을 많이 했던 터라 
할머니~ 손님이 북어포 한마리만 달래요~ 
그러고 가게에 들어갔지 
근데 방에서 할머니가 나오면서 
아니 어떤 손님이 이 밤에 북어포를 다 찾아~ 하며 나오면서 나한테 북어포를 봉지에 담아주고 
난 돈을 주고 거스름돈을 받아들고 나왔지 

그리고 손님한테 북어포랑 잔돈 주면서 
여기요~ 할머니가 밤에 티비 봐서 밖에 불러도 잘 안 나와요~ 담엔 그냥 문 열고 들어가서 부르세요~ 
라고 말하고 나는 우리집에 갔지~(참고로 우리집은 옷가게를 했어~) 
그런데 잔돈은 너 가지라고~ 심부름 값이라며 정말 고맙다고 하곤 골목 위로 사라져버렸어~ 



그런데 다음날, 학교 갔다오니 시장이 발칵 뒤집어진 거야 
무슨 일인지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들어보니 
건어물 아줌마네 금고통에서 만원짜리 칸에 나뭇잎이 나왔다는 거야 
그래서 이상하다고 난리가 난 거지~ 왜냐면 건어물 아줌마네는 애들이 없거든 
그래서 그런 장난칠 애들이 없는데 만원이 돈통에 들어가 있으니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거지 

그런데 동네 무속인 할머니가 내 뒷더미를 잡아채더니 



너 어제 뭐 했어? 누구 만났어? 



그러는 거야 -_-;; 
그래서 어제 뭐하긴요~ 심부름 하고 숙제하고 동네에서 놀았다고 했더니 
그거 말고 너 어제 누구 만났잖아~ 
그제야 하얀 원피스 입은 아줌마가 생각나서 
아~ 아줌마 심부름으로 북어포 사다줬어요~ 

했더니 무속인 할머니가 날 질질 끌고 가더니 
대나무 이파리로 날 찰싹찰싹 때리더라고 
그리고 팥도 뿌리고;; 



알고 봤더니.... 
그 하얀 원피스 입은 아줌마는 구미호였던 거야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 동네가 갑자기 시장이 들어서면서 
산이 밀리고 이러면서 새끼를 아마 잃은 모양이라고 
그런데 잃어버린 날이 그날이었는지 북어포를 사서 차려주고 싶어서 산을 내려왔는데 
건어물집 할머니 가게 들어가는 문턱에 부적이 있어서 못 들어가고 밖에서 서성였던 거였어 
근데 내가 보고 대신 사다주고-_-;;; 흰원피스 아줌마가 낸 만원은... 나뭇잎이었던 거고... 
잔돈은 나 줬는데............나만 이득을 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이후가 더 웃긴 게.... 
우리 초등학교 뒷산에 여우가 산다는 이야기가 있었거든 
그래서 다들 가기 싫어하고, 여우가 아이들 길을 잃게 만들어서 미아로 만든다고 그랬거든 
실제로 산에 갔다가 길 잃어버려서 파출소며 시장 사람들이 단체로 찾으러 다니기도 했고 

근데 이상하게 난 겁나 길을 잘 찾았어............................... 
없던 길도 내가 가면 결국 길이 나왔어 
그리고 소풍을 가면 보물찾기 1등은 나였어.... 




지금은 그나마 있던 산도 밀어버리고 수변공원을 만들었는데 
난 되게 아쉬워서 아직까지 거길 가보지 않았어 
그냥 뭔가 누군가의 터를 빼앗은 기분이 들어서 못 가겠더라고 

늦여름에서 가을께였는데... 
그 구미호는 아직도 북어포를 사러 시장에 내려오는지 모르겠어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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