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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잘 눌리는 친구 경험담

내 친구 중에는 가위에 엄청 잘 눌리는 애가 한명 있었음.

걔가 얘기해준 가위 경험담 중에서 제일 무서웠던 얘기임.

편의상 친구를 정훈(가명)이라고 하겠음.

 

나랑 정훈이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일 때였는데, 나는 반에서 창가쪽 끝자리에 앉았고

정훈이는 교실의 중간쯤에 앉았음. 정훈이는 기가 약해서인지 가위에 엄청 잘 눌리는 편이었는데,

거의 매일마다 학교 오면 아침부터 자기가 전날 밤에는 무슨 가위에 눌렸는지를 얘기해줄 정도였음.

그 날은 학교에서 3교시 영어수업을 마쳤는데, 영어 선생님이 수업을 되게 못하는 편이라서

반 아이들 대부분이 수업 시간에 졸다가 쉬는 시간이 되니까 엎드려서 자기 시작했음.

정훈이도 쉬는 시간이 되니까 엎드려서 자기 시작했고, 나는 맨 뒷자리에서 수업시간에 엄청 잘 잤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되니 오히려 잠이 깨서 5분정도 복도를 어슬렁 거리다가 다시 교실에 들어와서 앉았음.

그런데 몇몇 애들이 정훈이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길래 나도 내 자리에서 뭔가하고 봤더니

정훈이가 자면서 몸 움찔움찔하는 행동을 거의 20~30초 간격으로 하는 거임.

나도 자면서 저런 발작 같은거 종종 했기 때문에 웃겨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5분 정도가 더 지나고 이제 다음 수업시간이 다 되어가서 정훈이를 깨워주려고 다가갔는데

움찔거리는 정도가 겁나 빨라지더니 갑자기 책상을 있는 힘껏 몸으로 밀치고는

바닥에 쓰러졌음. 놀라서 몇 초간 다들 멍하니 있다가 덩치 큰 친구 한명이 와서

정훈이를 업고 양호실로 달려가서 데려다주고 우리는 4교시 선생님한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음.

한 10분 정도 지나니까 정훈이를 업고 갔던 애가 돌아와서 교실에 앉았고, 선생님이 정훈이 혹시 간질 같은거 앓고 있었냐고

그 증상이라고 양호선생님이 말하지 않았냐고 그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양호선생님이 간질 증상 같은건 아니고 그냥 뭐 때문에 충격 받아서 잠깐 기절한 거라고

좀 누워있으면 정신차릴 거라고 얘기했다고 말함.

그렇게 4교시 수업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니까 정훈이가 교실로 돌아왔음.

그래서 나랑 밥 먹으러 가면서 대화했는데 대충 기억나는 대화 내용은 이랬음.

"야, 니 솔직히 수업 듣기 싫어서 뺑끼친거제? 점심시간 딱 되니까 돌아오노."(경상도 사투리임 일베 ㄴㄴ해)

"지랄하지마라. 존나 무서워서 기절했었다."

"뭐가 무서움? 그 짧은 새에 또 가위 눌림?"

"어."

그러고 식당에 앉아서 정훈이가 자기가 눌린 가위 내용을 얘기해줬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교실 중간 쯤에 위치한 정훈이는 3교시 끝나고 엎드려서 잠이 들었는데, 그대로 가위에 눌림.

가위에 많이 눌려본 애라서 눌리자마자 '아 또 가위 눌렸네'하고 느꼈고 가위 풀려고 몸에 힘주고 겁나 노력했다고 함.

그런데 자기가 분명히 엎드려있는데 갑자기 교실 전체가 360도로 보이고 다른 아이들이 자기처럼 다 엎드려 있는 풍경이

보였다고 함.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복도에서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앞문이 쾅하고 열렸는데,

얼굴에 삐에로 분장을 한? 아니면 삐에로 그 자체인? 사람이 피 묻은 과도 같은걸 들고 교실로 들어오더니

창가쪽 제일 앞자리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친구 머리카락을 붙잡고 고개를 확 들었다고 함.

근데 가위에 눌려서 그 모든 상황이 보이던 정훈이는 고개가 들린 친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두 눈이 파여서 아예 텅 비어있었다고 함(자유로 귀신처럼).

삐에로는 그 행동을 하더니 "하나, 둘" 하고는 그 옆에 앉은 애의 고개도 들어서 마찬가지로 두 눈이 텅 빈걸 확인하고

"셋, 넷" 이렇게 말하고 점점 빠르게 교실을 ㄹ자 모양으로 쏘다니면서 친구들 고개를 들어서 자기가 뽑은 듯한?

눈알 갯수를 엄청나게 빠르게 세기 시작했다고 함. 나중엔 너무 빨라서 그 곤지암에 스시스세소 귀신마냥

정확하게 숫자도 안 들릴 정도로 빠르게 말하면서 정훈이에게 점점 다가왔는데, 가위에 많이 눌려본 정훈이는

숨을 참으면 귀신이 자기를 못 본다는 경험 때문에 숨을 꾹 참았고 삐에로는 정훈이 자리는 지나가고 엄청 빠르게

숫자를 세다가 결국엔 교실 끝까지 숫자를 다 셌는데, "두 개가 비네?" 이렇게 말하더니 저 말을 또 엄청 빠르게

반복하면서 다시 교실을 미친듯이 쏘다니면서 애들 고개를 들어올렸다고 함.

그 미친 삐에로가 교실에 나가지도 않고 계속 자기 주변을 맴돌면서 친구들 눈알 빈 걸 확인하는 모습에

극도로 긴장 + 공포에 휩싸인 정훈이는 결국엔 참지 못하고 숨을 내쉬어버렸는데, 그러자마자 삐에로가 다가와서

"찾았다." 하더니 들고있던 과도로 자기 눈알을 쑤시려고 하는 순간 너무 무서워서 발작을 일으키고

기절해버린 거임.

나도 밥 같이 먹으면서 얘기 듣다가 너무 소름 돋아서 밥 다 먹었는데 정훈이랑 수업 시작할 때까지 교실도 못 들어갔고

며칠 동안은 그 얘기 때문에 무서워서 엎드려서 잠도 못 잤음.

가위에 자주 눌리는 친구인데도 그 일은 너무 무섭고 꿈이 아니라 현실처럼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서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어지지가 않는다고 하더라.

-끝-

P.S. 정훈이는 영화 '그것' 개봉 했을 때 아무 생각없이 보러갔다가 저 삐에로 보고 이 가위가 다시 떠올라서

영화관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후일담을 들었음.

 

출처 웃대 어쩌라거볍시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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